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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아쉬움, 그리고 후회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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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줄 모르고 기세등등하며 작렬하던 더위도 사상 초유(初有)의 전국적인 정전사태를 끝으로 감쪽같이 종적을 감추고, 이젠 바람이 살갖을 스쳐 지나갈때 제법 싸늘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야말로 인생무상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엊그제만 해도 더위 때문에 그늘을 찾고 시원한 것을 찾으며 더운 것을 원망하였었는데, 그때가 언제였던가 싶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시간은 흘러가는 것인가 보다.



예전에는 내가 오십이 되면 어떻게 변해 있을까 궁금해하기도 하고, 기대도 했었는데... 휴~
아무것도 없다. 오십이 된 지금이나 예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으니 말이다. 아니 내 자신의 변한 모습을 나는 알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이 보면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겠지만...

이는 다른 사람들은 변해도 나만은 변하지 않고 싶은 또 하나의 조그만 욕심이 아닐런지.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자신만을 위한 사소한 욕심을 부리며 살아가는 존재인가 싶기도 하고. 나만 그런가?

암튼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지난 세월이 되어 버렸다. 그 많은 세월 동안 열심히 살아왔던지 혹은 그렇지 못했던지와는 상관없이. 의지와는 무관하게 하루가 될지 몇 달이 될지 아니면 몇 년, 몇 십 년이 될지 모르겠으나 그저 앞으로 다가올 시간만 있을 뿐이다.



요즘 세상은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 볼 여유마저 빼앗아가 버린 듯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바쁘게 살아간다. 하지만 바쁘게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결실을 맺고 있는가를 찾고 깨닫는 것이 현명하고 우선적이다. 아무리 바쁘게 살아간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현 시점에 남은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데.

지나간 시간은 지나간 시간일 뿐이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고 아쉬워하거나 후회할 여력이 우리에겐 없다. 아쉬움과 후회를 할 때는 이미 늦었는지 모르겠다. 아쉬움과 후회는 이론적이거나 감성적인 면에서 비롯될 뿐이다. 아쉬움과 후회는 좋은 의미의 단어일지언정 현실에서는 아무 필요도 없고, 도움도 안되는 단어에 불과하다. 아쉬워 하거나 후회하기 전에 목적한 바에 대한 좋은 결실을 맺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쉬움이나 후회란 말은 필요없게 되고,  우리 사전에서 이 말은 더 이상 수록되지 않고 영원히 퇴출되고 말겠지만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런지 의문이지만. 아마도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불사조가 아닌 이상 감성적 단어인 아쉬움과 후회란 영원불멸로 존재하며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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