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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심야시론 深夜時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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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深夜時論"
강릉서부시장은 재래시장이라 하여 백성을 긍휼하게 여겨 시市에서 새롭게 단장하여 시민들을 부르고 있다.
우연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수성가하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부러움과 스스로 닦아온 인격을 갖춘 친구와 만나 가끔 찾는 선술집이 있다.
거기에는 안주래야 기껏 감자적이고 두부김치고 메밀적에다 술은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해즐녁 저자거리에서 좌판을 접고 돌아가는 사람들과 살갑게 만나 이야기하면서 훈훈한 삶을 나누는 서부시장이다.

거기에는 진솔함이 있고, 순박함이 있고, 정겨움이 있고, 희망이 있다.
몇이서 막걸리와 감자적, 두부김치로 목을 축이며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용강동에서 대관령으로 1시간을 걸어서 오면서 많은 상념에 잠겼다.

문득 괴테(Goethe, 1749~1832)가 부르짖던 말이 생각난다.

사람은 입을 여자마자 벌써 잘못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입은 복(輻)의 문(門)인 동시에 화(禍)의 문이다.
한 마디의 말이 우리에게 복을 초래하기도 하고, 화를 불러들이기도 한다.
전자보다 후자가 더 많은 것이 인간의 현실이다.
우리의 입에서는 진실의 말, 감사의 말, 칭찬의 말, 격려의 말, 친절의 말보다도 비방의 말, 불평의 말, 허위의 말, 모욕의 말, 저주의 말, 비난의 말이 더 많이 나온다.
인간의 입은 화근(禍根)이 되기 쉽다. 우리는 무책임한 말, 불확실한 말, 헐뜯는 말, 속이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

그러므로 불교에서는 어업(語業)을 조심하라고 한다,
입으로 짓는 죄업(罪業)을 구업(口業)이라고도 하고 어업(語業)이라고도 한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不妄語), 악담을 하지 말라(不惡口), 두 혀를 놀리지 말라(不兩舌), 과장된 말을 하지 말라(不誇語)’라고 타이른다.
우리는 입을 열자마자 좋은 말, 칭찬하는 말, 감사하는 말보다도 남을 헐뜯는 말, 욕하는 말, 쓸데없는 말을 더 하기 쉽다.

그러므로 장자(莊子)는 ‘언자풍파야(言者風波也)’라고 외쳤다.
바람이 물결을 일으키듯이 인간의 말은 풍파를 일으키기 쉽다.
또 공자는 ‘언충신(言忠信)’을 역설했다.
우리의 말은 진실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입을 열자마자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는 괴테의 말은 말조심에 관한 명언이다.
참으로 명언이다. 세상일이란 넘고 넘어야 할 산과 강이 있고 바다가 있다. 사람들은 푸른잔디 희망의 언덕에 도달하기 위해 참고 견디면서 항해해야 된다.

어찌 세상일이란 내가 하고픈 이야기 다하고, 내가 하고픈 행동을 다 할 수 있겠는가
한번 생각하고, 두 번 생각하고, 세 번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자 십회에 마지막에는 취중망언, 성후회 醉中妄言, 醒後悔
술에 취해서 술기운에 실수를 하면, 술이 깨고 나서 이를 뉘우치게 된다고 하였다.
나는 아직 술을 먹고 평생 말 한마디 행동한번 실수 한번 한적 없지만 나이를 들수록 더욱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말 한마디는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느끼게 하는 2010년 9월 2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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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

손부기님의 댓글

  좋은글 저희 카페로 퍼 가겠습니다 선생님

심재칠님의 댓글

  잘 있지요, 엊저녁 늦게 용강동 선술집에서 지인들과 담화를 하다가 남대천강변을 따라 꿈을 꾸며 넘고 싶었던 대관령을 바라보며 걸으면서 문득 떠올라 몇자 적었는데 ....잘 봤다고 하니 고맙군요
항상 모든일이 만사형통되기를 바라네

불혹을넘긴제자님의 댓글

  정말이지 좋은 글 올려 주셨네요.
제자로서 감사 드리며 우리동문들이 꼭 한번 읽어 보았으면 좋겠 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