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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세치 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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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세치 혀"
폭염지하 暴炎之夏다. 작렬하는 태양의 열기가 모든 것을 불태울 듯 대지에 내리 쏟는다.
가만히 있어도 온몸에 주르르 땀이 흘러내린다. 만사가 짜증스럽기만 불한증막같은 炎天이 연일 계속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참고 또 참아야 한다.
모든 것이 어찌 내 마음 같으며 내 뜻대로 살 수 없기에 항상 배려하고 남을 위해 살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 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그러나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기위해서는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홈페이지에 나의 글을 보고 한분은 식상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 동문들을 만나면 글을 잘 보고 있다고 하면서 격려를 해주시는 분이 많다.
말씀 한 말씀 한 말씀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끼게 하여 준다.

말을 만들어 내는 혀는 딱딱한 이 뒤에 감추어져 있다.
연체동물 같은 뼈가 없는 혀는 음식물을 뒤섞어 맛있게도 하고, 호흡조절도 하면서 모든 것을 받아드린다. 단단하게 돌도 부실 듯 한 이는 썩어 문드러져 없어지지만 못생긴 혀는 때로는 이빨에 씹혀 곤욕을 치루지만 마지막까지 제몫을 하면서 살아남아있다.
혀는 부드럽지만 때로는 경천동지를 일으킬 수 있는 모순을 지니고 있다.
혀는 곧 생사 生死이다.
혀는 머리이고 뇌이다. 혀는 생각이다. 생각이 혀놀림으로 용해되어 밖으로 빠져나온다. 빠져나온 말은 천지를 돌아다니며 웃기고 울리고 죽이고 살리는 일을 한다.

제논 (Zenon. BC 334-262)은 역설하였다.
자연은 인간에게 한 개의 혀와 두 개의 귀를 주었다.
그러므로 사람은 말하는 것의 두 배를 들어야 한다.


극기금욕주의를 강조한 그리스의 스토아 철학의 창시자 제논의 이 명언은 삼가라는 계명 誡命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자고이래로 혀는 화근 禍根이요, 화문 禍門이다. 혀를 잘못 놀리면 반드시 화를 일으킨다.
쓸데없이 지껄이는 수작을 요설 饒舌이라고 하고, 수다스럽게 오래 떠드는 것을 장광설 長廣舌이라고 하고, 말을 잘못하는 데서 생기는 화근과 재앙을 설화 舌禍라고 하고,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 이간질하여 싸움을 일으키는 것을 양설 兩舌이라고 한다.
불교에 의하면, 양설은 십악 十惡의 하나다.

인간의 혀는 하나지만 귀는 둘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말하는 것의 두 배를 들으라는 뜻이다. 보고 들은 것의 절반 정도를 말하라는 조물주의 지혜요, 경고 警告다.
말하기 전에 먼저 열심히 들어라, 자세히 들은 연후에 말하여라. 듣는 것을 배워라, 진지한 경청인 傾聽人이 되어라.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고, 먼저 남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는 것이다. 들어야만 상대방을 바로 이해할 수가 있다.
사람은 혀를 잘 놀려야 한다. 혀를 잘못 놀리는 데서부터 불화 不和와 불행 不幸이 시작된다.
많이 보고 (多見) 많이 듣고 (多聞), 적게 말하여라. 이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오늘 강릉 기온은 37도度 넘어섰다. 불쾌지수가 최고조에 달한다. 돈 안드는 말한마디가 짜증스러운 한여름을 한방에 날려줄 수 있는 삼복지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심재칠 (3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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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김창호님의 댓글

  선배님!!  항상 생각하고 있었지만  세파에 잃었던 지혜..  또~~ 배우고 갑니다.. 선배님!!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