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접속자 34
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축구를 보는 관점

  • - 첨부파일 : 다리.JPG (226.4K) - 다운로드

본문

“축구를 보는 관점이 차이"


무일물중무진장 無一物中無盡藏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며칠 전 영화관에 가서 최신 영화 “포화 속으로”를 관람하게 되었다. 71명의 학도병들이 포항전투에서 북한인민군 주력부대와 싸워 전원 전사하면서 남침을 11시간을 지연시켜 6.25의 최후의 보루 낙동강전투를 준비하여 반격할 수 있도록 단초를 제공한 실화를 그린영화이다.

최후 전투에서 학도병들은 모두들 나를 잊고, 오로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싸워가는 모습이 가슴을 저미게 하였다. 도저히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님에도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당시에 우리 학도병들은 그렇게 조국을 위해 산화하였던 것이다.

죽어간 군인과 동료들을 땅에 묻어 주는 모습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였고, 다음 세대들의 행복을 위해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조국에 바치며 유에서 무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은 어쩌면 자연의 순리일 것이다.
빈손으로 가더라도 용출되는 힘과 용기, 그리고 다음 세대들을 위해 빛과 소금이 되어주는 학도병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육조단경에서 인간은 본래무일물의 존재다. 본래유일물 本來無一物이라 하였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아무것도 갖지 않고 태어난다. 또 이 세상을 떠날 때에도 아무것도 갖지 않고 떠난다. 인간은 무에서 무로 돌아간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을 간다.

인간은 본래무일물이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무진장의 보배, 무진장의 지혜, 무진장의 힘, 무진장의 덕, 무진장의 빛을 지니고 있다,
이 보배와 지혜와 힘과 덕과 빛을 우리는 불성이라고 하고 또 신성이라고 한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부처가 있고 하나님의 계신다. 우리는 무량지 無量知 무량덕 無量德 무량력 無量力을 갖는다.

인간은 한마디도 무진의 존재다,
인간은 본래 아무것도 없으면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무일 중 무진장이다.
그러나 인간의 무명과 탐욕과 죄악이 이것을 가려 우리는 백팔번뇌 속에서 허덕이는 중생범부 衆生凡夫로 전락한다.

우리의 마음은 탐진치 貪嗔痴의 삼독 三毒에 사로잡혀 본래의 빛과 덕과 지혜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나를 괴롭히고 남을 괴롭힌다. 그런 자리를 우리는 지옥이라고 일컫는다.
너 자신이 본래무일물이요, 무일물 중 무진장의 존재임을 알아라, 그리고 그 무진장의 빛과 힘과 지와 덕을 마음껏 발휘하여라
이것이 최고의 생이다.

우리의 무진장한 이 존재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화엄경에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라 하였으니 슬프고 짜증나는 일도, 한 생각 돌이키면 편안해 지는 법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저자거리에 앉아도 고요해지고 심곡 深谷에 있어도 시끄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사물의 대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대상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마음에 달려 있다. 유식(唯識)에서는 일수사견이라는 비유를 든다.

같은 것을 동시에 바라보는 데에는 사람마다 다르게 보인다.
축구공을 볼 때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이 발로 차고 뛰어 놀고 즐거운 게임을 생각하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골을 넣고 전술전략을 생각하고 승패를 생각하고 명예를 생각하게 되고 승자와 패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축구공이라는 객관적인 형태를 사람들은 모두가 천차만별로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모진 고난과 슬픔과 행복, 즐거움과 괴로움을 겪으면서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 살아왔다.
때로는 절망에서 생을 포기하려고 한 사람도 있고 때로는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 고통의 시간들은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고 기억에서 아스라이 사라져가기도 하며 추억으로만 겨우 각인되기도 한다.

생각에 따라 세상이 저주와 불행으로 가득 찰 수 있고, 아름다운 면으로 보면 세상은 따스하고 살만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폭염지하의 삼복더위도, 금강대기 축구 예선탈락도 싸이클론적인 흐름이라면 지혜롭게 이겨내야 하고 실패를 거듭하지 않도록 심기일전, 용맹정진으로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배수진을 치는 것은, 죽음을 각오하는 것이다. 나를 버리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를 원래 없던 것으로 돌리고 시작하면 뜻한바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으리라.

무일물중무진장 無一物中無盡藏이요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라
어제도 그러하고 오늘도 그러하고 내일도 그러하다. 영원한 진리이다.

273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