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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인간 정철교(23기) 동문 少溪생각 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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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두루미 좇아보는 소계생각을 읽으며"


오늘은 일요일 하루 종일 밖에는 부슬부슬 장맛비가 내린다.
얼마 전에 내게 입수된 정철교(23기)동문선배님의 에세이집' 두루미 좇아가는 소계 少溪생각'을 읽었다.

23기 정철교 동문께서 우수신입생 유치 특별 장학금 300,000 원을 후원하시었고 16,17대 총동창회 부회장을 역임하시었으며, 모교에서도 약 14년 가까이 봉직하시다 퇴임을 하신 동문이시다.

소계 정철교선생님과는 나와의 인연은 함께 교직에 근무한 적이 두 번 있었다. 내가 1982년부터 1989년 모교에 봉직 중에 만난 일이고, 1989년 이후에 임계고등학교에서 학생부장님으로 모셨던 때가 두 번째 만남이었다.
그 때 나는 30대 후반의 피가 끓어오르는 청년이고 정철교선생님은 지천명을 내다보는 연륜으로 임계에서 함께 학생부를 이끌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날 내가 국가 대표 파견근무를 끝내고 복귀하여 근무하던 추운 겨울 폭설이 내려 사방이 쥐죽은 듯 고요하던 저녁 갑자기 당시 정철교과장님에게서 긴급 전화가 왔다.

임계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사건이 발생하여 급히 가야 된다고 하였다.
당시 나는 뉴 코란도 지프차였으며 밤길에 눈을 뚫고 나는 듯이 삽당령고개를 넘어 임계에 도착하여 밤새도록 학생들의 사건을 처리하고 내려오던 길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퇴임하시고 유유자적한 생활로 과거의 삶에 흔적을 남기시고 오늘과 미래를 내다보시며 사람다운 사람 사는 세상의 바램을 소담스럽게 그려놓으신 소계생각 에세이집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세번째 책을 집필하시어 출간하셨으니 필력이 힘차고 대단하신 문장가이시다.
순진무구한 말씀 한마디가 주옥같이 흐르는 책에는 아름다운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고 오늘의 나를 성찰하게 하며 내일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감복하지 않을 수 없다.

정철교선생님의 과목은 수학이라는 특수성으로 늘 면도칼이라는 닉네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도가 아니면 걷지 않고 정의가 아니면 행하지 않았던 모습을 생각하면서 교육자라는 자부심으로 당당히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올곧게 살아오신 분으로 기억된다.
때로는 선술집에 청탁불문하고 저자거리에서 함께 교육을 논하고 세상을 이야기하며 고뇌하던 시절에 언제나 풋풋한 정이 넘쳐흐르는 모습이 아직도 나의 콧등을 시큰거린다.

첫 장 까치밥에서 “언제나 밑절미를 남기고 까치밥을 남겨주던, 우리 선조들의 유비무환 지혜와 베푸는 마음의 여유로움은,”에서 보듯이 남을 배려하고 함께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진면목을 읽게 된다.

또한 무송유에서
“우리가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듯이 무소유의 넉넉함을 모르고 산다. 마음의 넉넉함을
행복의 척도가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달려있고, “
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무한의 욕망을 경계한 말이며 인간의 행복이 어디에 있는가를 역설하였다.

머슴 편에서
오래전에 기억나는 ‘질 먹기’에 대한 미풍양속을 그려놓았다. 어릴 적에 나도 기억나는 것이 있으며, 두레문화에 으뜸인 질 먹기는 삼복지절에 머슴들만의 잔치가 아니가 어린 나에게도 기대를 하였던 잔치였다. 그때 내놓은 음식들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행복하다는 생각이 나곤 한다.
비록 가난했지만 동네 이웃들이 함께 상을 차려놓고 머슴들과 함께 어울려 보내는 하루는 모두가 만족하는 날이었다. 그땐 그랬었다.

오일장에서
정 선생님은 오일장에서 "점차 삭막해져가고 인정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 오일장은 옛 정서를 기억하고 재현하고 맛보며 이어가기에. “라고 하면서 우리의 미풍양속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그런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제는 많이 사라지고 아직 읍면단위에서 오일장이 서지만 아련한 그때의 추억을 더듬으면 참 가식 없이 좋은 시절인 것으로 떠오른다.
미래의 우주시대가 우리 대한민국이 앞서가기를 열망하며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소년같이 늘 희망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 인상 깊다.

도미노에서
무분별한 촛불시위나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보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위해 촛불을 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돋보인다.
옛날 부모와 요즘 부모에서
“자식교육은 왕도가 없다지 않은가”라고 반문하였다.
그동안 35년과 교직에 있으면서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남긴 말씀이다.

요즘 자식 옛날 자식에서도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도대체 부모는 누가 보살펴야 하나.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나. 어쩌다 이경이 되었는가.”라고 현실적인 문제를 적출하고 함께 고민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보다 삶의 본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인가는 내가 늙어간다는 사실을 커가는 자식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귀소본능에서는
“태어난 보금자리를 잊어버린 동물들.
고향을 찾지 않고 고향집 감각이 없는 요즘 세대들. “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누구나 고향이 있다. 고향은 자기를 낳아주고 길러주고 자라게 하였던 곳인데 사라져가는 세태를 보면서 지난 날 명절 때 일가친척들을 기다리던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다.
잘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고,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할지언정 사람을 알아보고 사람을 사랑하는 세상을 살고 싶다."
고 하였다.

제자들의 졸업 기념회에서
애틋한 제자사랑과 작고한 교직선배님에 대한 안타까움과 교직에 대한 자긍심을 읽을 수 있었다.

정철교 선생님은
만추와 노인에서
“잔재주와 교묘한 방법으로 남을 중상모략하지 않는 사람을 고상하다고 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욱 고상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물들지 않고 깨끗하게 살아왔는가 한번쯤 뒤돌아보자 아무나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기적 노후시대에서
“이기적 노후는 노인 자신을 위한, 남과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노후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 선생님은 “ 손자손녀가 자식 키울 때보다 더 사랑스럽고 귀여우니.”라고 하여 아버지 역할에서 할아버지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승의 날 유감에서
"어느 선생님이 존경을 요구하였는가.
왜 선생님들을 흠집 내고 깎아내리려 드는가.
도대체 신성한 교직을 철밥통으로 규정하다니. 아니 선생님들이 게걸스레 밥통이나 욕심내는 사람들인가. “
라고 하였다.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 앞에서 상스러운 욕을 하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한번쯤 고민해야 한다.

학교가 무너지면 사회는 끝장이다
선생님이 무시당하고 선생님이 설자리 없을 때 사회는 무너진다.
교육자를 일으켜 세우지 않으면 불행은 국가에 돌아올 것이며 고스라니 부모가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익명의 두 얼굴에서 언론의 역할과 인터넷 문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건전성을 갈구하였다.
아름다운 뒷모습에서
“누구나 떠날 때엔 아름다운 뒷모습이 보였으면 좋으련만 그것은 인위적으로 잘되어지지도 않는 일이니, 평소에 그 가 닦은 품성으로부터 비롯되어지는 일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훌륭한 품성과 덕망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닦아야 된다.

처세술에서
“요즘의 예스맨들은 옛날 양시론 자를 뺨칠 정도로 민첩하다. 사람들은 권력자의 최측근을 모두 예스맨으로 보고 있을 정도로 그들의 행동이 드러나 보인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모습을 몰라치면 더욱 가관이다.”라고 하면서 정당정치의 중요성과 그에 맞는 정치활동으로 정의가 바로서는 나라가 되기를 갈망하였다.
남을 속이면서 출세를 하고 남의 등을 밟고 올라서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속이거나 남을 위해하지 않고 정도로 세상을 살아가기를 희망하였다.

숭례문소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우리 민족의 정통성과 고유한 전통적 가치를 일깨워 주고 있으며, “예의의 나라 국민임을 자랑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선진국 대열에 우뚝 서게 된 것도, 여러 번 강조하는 예의지국 튼튼한 뿌리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정신적 가치는 물질적 가치를 압도하게 된다.”라고 역설하였다.

·정철교 선생님의 에세이집을 보면서
논어에서는
노자안지, 붕우신지, 소자회지 老子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라 하였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서 저 사람이라면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친구에게서 저 사람이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어린이나 젊은 사람에게서는 저 사람이라면 하고 따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세상을 살면서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하는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나이 많은 잡수신 분들이 저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는 사람, 친구들과 아랫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사람이라면 훌륭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오늘날 각박하고 선생님은 있되 스승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비록 선생님으로 35여 연간을 교직에 봉직하면서 결코 부끄럽지 않게 살아오신 정철교 선배님에 대하여 새삼 경의를 표한다.

대학에서 명명덕 明明德이라 하지 않았던가
사람이란 하늘에서 받은 덕성이 있다. 명덕이라고도 하고 준덕이라고도 한다. 시쳇말로 하면 양심이라고 해도 좋다. 사람으로서는 이것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양심이 살아있는 세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마음에 곳곳에 스며있는 에세이집이다.
읽으면서 혹 내가 세상을 정도로 나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맹자의 성선설이나 순자의 성악설을 차치하고라도 세상엔 양심을 가진 사람이 많을 때 세상은 아름다워지고 살맛나는 세상이 된다.
그러한 것은 순자의 말씀을 빌리지 않더라도 도덕적 가치기준에 따라 교육을 받고 스스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명경 明鏡도 때로는 흐려지는 때도 있는 것처럼 양심과 과분한 욕망이나 편파 偏頗한 기질 때문에 일시 흐릴 수 있다. 이것을 밝히는 것이 수양의 첫째라 하였다.

정철교 선생님의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나의 흐린 마음을 말끔히 씻게 해주고 지난 과거의 아름다웠던 미풍양속을 그리워하면서 미래에 사람이 살맛나는 인간본위의 세상이 도래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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