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파보아야 세상이 보인다.
2010.04.24 10:50
3,105
1
295
0
-
- 첨부파일 : 1.jpg (361.5K) - 다운로드
본문
“가끔 아파보아야 세상이 보인다."
아주 어렸을 때 눈이 많이 와 소나무가 불어졌을 때 동네 어르신네들은 " 금년에는 사람이 많이 죽어나가는 해이다,"라고 한 것을 많이 들어왔다.
그 후로 울진 삼척 무장공비가 침투하였을 때 입증되었고, 주문진에 공비가 나타났을 때에도 그러하고 태풍 루사때에도 그러한 것이 기억에 떠오른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강릉에는 설해목이 몇 만 그루가 눈을 맞고 힘없이 독야청청 푸른 소나무가 툭툭 부러져 나갔으니 한송이 가벼운 눈이 모이면 낙락장송 큰 나무도 부러지는 것을 보면서 작은 힘이 모여 강줄기를 바꾸고, 큰 산을 덜어내고, 바다를 육지를 메우기도 한다는 진리를 터득하게 한다.
요즈음의 인재나 천재는 대형화되어 가고 있다.
중국에서 온 원어민에게 중국 칭하이에서 지진이 일어나 천여 명의 희생자가 생겼다고 하니 그 것 정도는 하면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은 이미 수많은 생명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어가고 만성면역이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얼마 전 천안호 침몰사건은 꽃다운 청춘들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셨으니 참으로 비통하고 원통해 하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천안함 구조를 돕고 돌아오다가 해난사고로 바다에 혼을 묻은 금양호 선원들을 생각하면 더없이 마음이 아프다.
나는 요즘 독감에 걸려 근무 시간이외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다.
참으로 고행스럽다.
감기에 한 번도 걸리지 않는 내가 요즘 감기에 걸리고 보면 너무 많은 활동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지 않았나 돌이켜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하여 준다.
감기에 걸리고 나니 온몸이 누구에게 몽둥이로 맞은 듯 쑤시고 아프고, 머리는 끊어질 듯 고통스럽고, 뼈마디 마디 저리고 끊어질 듯 아프다, 그러나 깡다구로 직장에 나가고 내색을 안하고 당당하게 근무를 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밤새도록 몸에 땀이 비 오듯 내려 흐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진공상태가 된다.
그러나 누워서 이러한 아픔이 죽음에 이르렀을 때를 연상하게 해본다.
생로병사의 마지막이 죽음이며 죽음 직전에 임종으로 임종 때 이러한 고통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무얼 했으며, 무엇을 남기고 가는 것인지, 남길 것이라고는 있는 것인지 곱씹어 보는 순간이다.
감기는 우리 육신을 너무 많이 혹사하여 위급하다는 신호이다. 쉬라는 뜻이다.
너무 많이 일을 하여 심신이 지쳐 이제 더 이상 견디기 싫다는 의사 표시이다.
몸을 너무 많이 써서 쇠약해져 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힘이 없으니 바이러스와 싸울 힘을 기르기 위해 바이러스와 싸울 힘을 보태달라는 것이다. 힘을 다른 곳에 소진하지 말라는 경고음이다.
감기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달리는 인간의 욕심 앞에 제동을 걸어 잠시 머무르며 생각을 좀 해보라는 뜻일 게다.
내 몸이 아파보면 세상은 전혀 달리 보인다.
온몸에 얻어맞아 피멍들은 듯,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아파올 때 임종을 바라보는 말기암환자의 고통을 생각하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보면 그래도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몸이 아플 때에는 하던 멈추고 내 삶의 주변에 치열했던 삶의 전선을 생각하노라면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아가는지에 화두를 던지게 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 가야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나 며칠은 집에 돌아와 문을 닫아걸고 바이러스와 기약 없이 전쟁을 치르면서도 내가 이 세상에 사라져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언제나 건강하다는 생각을 떠나 온몸에 힘이 빠지고 쑤시고 골이 아파 정신을 못 차릴 때에는 밝고 웃음 지으며 씩씩하게 걸어가는 사람, 테니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 길거리를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한없이 부러워진다.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삶의 속도조절을 하였을 것이고 과욕을 하지 않을 것이며 바이오리듬을 잘 타면서 순리에 따라 살아왔을 것이다.
감기는 죽을병이 아니지만 심한 독감은 마치 온몸을 주눅이 들게 한다. 감기는 무엇보다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언덕을 오르면서 숨이 차는 노약자나 병으로 고통을 받는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모든 일은 나를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고 결론을 내리기에 건강한 사람들은 다른 처지의 사람들을 이해하려 않는다.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이 늦잠 자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고 산을 잘 타는 사람이 산길을 잘 걷지 못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듯이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에 다른 아픔을 잘 알지 못한다.
감기는 죽을병은 아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독감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기 했지만 감기를 걸리는 순간에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증에 빠져보면, 행복과 불행의 경계선, 삶과 죽음의 경계, 건강한 상태에서 병든 처지로 일순간에 곤두박질칠 수 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온몸의 핏기를 역류시키며 뒤흔들어 놓았던 감기가 지나가고 나니 앞으로 살아가는데 좀 더 낮추고 조심하고 겸손 하라는 게시를 부여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만물이 생동감 있게 넘쳐흐르는 4월 노란 민들레며, 돌단풍이며, 열녀나무며, 앵두, 자두며 배꽃이며 춘란이 만개한 푸르른 봄날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 속에 향기를 맡으며 아픈 몸 깨어나 창가에 앉아 있노라면 대숲은 한가로이 구름을 쓸고, 푸른 솔향기 봄바람에 아지랑이 와 함께 춤을 춘다.
이따금 아픔을 겪고 나면, 건강하게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러므로 해서 우리 주변에서 병마와 시달리며 고통을 받는 사람을 좀더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가끔 아파보는 것도 내 삶을 더욱 살찌게 하는 양념이라 생각한다.
지난 4월 22일 동창장학재단 이사회에 참석하던 날 나는 그렇게 감기에 걸려 힘들게 회의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밤새 글을 써야 했지만,
295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1
김명래38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