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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친절한 주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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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친절한 주지 스님!"


내가 어릴 적 회산동에서 읍내 학교를 다니던 남대천은 야트막한 뚝방위에 듬성듬성 울퉁불퉁 솟아오른 돌멩이에 넘어지기도 하면서 반짝이며 수정같이 흐르던 냇가를 한 시간 남짓 12년을 걸어 다녔다.

언제나 이때쯤이면 냇가에 피어있던 아카시아 꽃이 먹을거리였고 그 향기가 꿀처럼 달던 시절이 있었다.
배가 고파 아카시아 꽃을 한 움큼씩 따서 입에 넣던 그 시절이 이젠 아스라이 멀어진 추억으로 기억의 저편에 있다.

헐벗은 산에 산림녹화와 땔감을 위해 사방공사에 일자리를 얻어 일당을 받아 가용 돈으로 써야 했단 가난한 시절에 심었던 그 아카시아 꽃이 흩날리는 계곡을 따라 산사를 찾아간다.

며칠 전 음력 4월 초8일 양력 5월 21일 부처님 오신 날 보현사 절을 찾게 되었다.

일 년에 한번 부처님 오신 날 아침 일찍 절에 갔었지만 둘째아이가 학교에서 원어민을 담당한다.
원어민은 한국의 절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여 경기도 시흥에서 강릉으로 데리고 왔다.
아침 일찍 강릉에 오는 차가 매진되어 11시 버스를 타고 오면서 길이 막혀 저녁에 당도하여 마땅히 갈 곳을 정하지 못하였다.

원래 계획은 일찍 오면 수백 년 아름드리 전나무와 고송이 어우러진 천년고찰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를 관광시킬 생각이었지만 어스름 땅거미가 내려앉는 늦은 저녁 등산을 자주 다니던 보현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광리 입구에 들어서면서 차창 밖의 아카시아 향기가 꿀처럼 단맛을 풍기며 맑은 물에 비추며 춤을 추는 계곡을 따라 보현사로 들어간다.
연두색 짙은 녹음이 싱그럽게 돋아나는 산에는 산비둘기, 뻐꾸기 소리가 바람결에 합창을 하고 있었다. 이제 돌아갈 집을 찾으러 떠나며 짝을 찾는 울음이었다.

절 입구에 당도하니 향냄새가 은은히 퍼지며 저녁 예불이 시작되었다.
고요한 산사에 옥구슬 흐르듯 세속에 찌든 때를 씻어 내리듯 스님의 염불소리가 미혹의 세계를 밝혀주고 있었다.

원어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낯선 이국땅 동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깊은 산 계곡 산사에서 예불을 드리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자기를 불태우며 어둠의 세계를 밝혀주는 촛불은 말없이 녹아내리고 스님의 목탁소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끄떡거린다.

산사에 예불은 끝나고 하산하려던 참에 우연히 주지스님이 대웅전 마당에 내려오셨다가 우리는 보고 저녁은 지났지만 공양을 드시고 가란다.
못이긴 척하고 우리는 절밥이 먹고 싶어 은근한 마음으로 공양간으로 따라 들어갔다.
주지스님은 밥과 국을 그릇에 담아주시고 맛있는 반찬을 손수 탁자에 올려놓으신다.
시장이 반찬이라 하더니 꿀맛 같은 저녁공양을 마치고 떡과 과일을 푸짐히 먹으며 주지스님의 덕담을 듣는다.

스님은 해맑은 모습으로 있는 그대로 먹을 것을 내놓으신다. 그 보다도 마음을 우리에게 주고 계신다.
원어민은 기념촬영을 하고 싶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기꺼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주셨다.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면서 몇 번이고 눌러주셨다.
오래전부터 내가 알고 있던 스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높고 우러만 보는 수행자로서 스님 옆에 가까이 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고정된 관념이 확 바뀌는 순간이었다.

일찍이 석가는 태어나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하지 않았던가!
하늘아래 땅위에 오직 내가 최고이려니 모두가 평등하며, 존재하는 모든 것은 불성이 있다 하였으니 깨달음이란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석가도 예수도 그 말씀도 만법은 일체유심조라 하여 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절을 믿지 않아도 악한 마음 버리고 선한 일을 하고 좋은 마음을 갖는다면 그게 부처되는 길이요 하나님의 자식 아닌가.
성철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하였으니 있는 그대로 아집과 탐욕을 버리고 자연이 순리를 쫒아 살아간다면 그게 곧 유토피아요 사람 사는 세상 아닌가.
어느 덧 산사의 밤은 깊어 간다.
배가 부르니 이제 하산을 해야겠다.

부처님 오신 날
둘째아이의 학교 원어민은 한국의 사찰을 구경하고 체험하면서 무엇을 생각하였을까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까

친절한 주지스님!
시대에 변해가며 자비를 베풀어주는 주지스님
변화의 숨결은 깊은 산사에서도 불어오고 있다.

산사에 나오면서 시한수를 읊어 본다.

감(去)없고 옴(來)도 없고 본래 고요해
안에도 밖에도 중간에도 있지 않네.
한 덩이 수정이여 티하나 없어
그 빛살 이 세상을 두루 덮었네.

無去無來本淇然
不居內外及中間
一顆水晶絶瑕翳
光明透出滿人天

보현사 주지 스님은 오늘 하루 미타회 회장(보현사 신도들의 모임)정의원(38기 총동창회 사무총장) 동문이 하루 종일 땀을 흘리며 래방객들을 위해 수고를 하셨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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