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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제자들의 엄포에 집을 나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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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의 엄포에 집을 나서며”


1월 31일 깊어가는 겨울 4시간을 꼬박 칠봉산을 산행하고 돌아오는 길은 어스름 땅거미가 지고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추 된장국 (시레기국)에 구수한 감자밥을 으깨어 먹고 쉬고 있던 차 갑자기 예고없이 선생님을 뵙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강릉제일고 옛 제자들이다.
불혹의 중반을 넘어 지천명을 향해 달음질 하는 혈기왕성한 제자들을 근 25년여 만에
처음보는 날이었다.
모두들 일어서서 옛 학창시절처럼 거수경례의 예가 싫지는 않았다. 아직도 그런 향수가 우리들의 나이에 젖어있기도 하지만 제자들도 그런가 보다

금방 산에서 내려와 나갈 수 없다고 하니 제자들은 집까지 모시러 오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지만 내게 제자들이 찾아주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문득 과거에 제자들을 가르칠때 더 잘 가르쳐주고 잘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달빛은 교교하고 솔향우려낸 남대천 물길 따라 내려오다 남산 오송정을 안고 돌아가는 내곡 다리 머리에 소박한 식당에서 강릉제일고 제자 여러 명이 나를 반긴다.

오래된 전설 같은 학창시절의 이야기들을 꺼내놓고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모교의 구석진 곳을 파헤쳐 술잔에 담아 마신다.
술잔에는 모교의 추억과 사랑이 넘치도록 담아 혈관 속으로 밀어 넣고 버무린다.

부을 때 마다 잊혀졌던 풋풋한 사제지정을 안주삼아 술잔을 비우며 모교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희망을 이야기 한다
현실적인 이야기도 오고간다.
동문자녀들이 모교에 많이 갔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하여 제자 아이들을 모교에 보내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한 제자는 전교에서 1등하는 아이가 있다면 누가 모교에 믿고 보내겠는가 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면서, 憂校衷情에 불타 고뇌하는 모습들이, 한겨울 얼은 바람을 녹이고 있었다.
어느 정도 취기가 되었는지 벌떡 일어나 하늘에서 땅으로 손을 들었다 내리며 장단에 응원가가 불러진다.

둘만 모이면 응원가가 나오고 셋이 모이면 교가가 불러지는 영원한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동문들의 가슴속에 녹아 있다.

동문들의 가슴 절절이 흘러내리는 모교사랑, 언제 어디서도 당당히 불러보는 교가와 응원가가 살아 숨 쉬는 한 모교는 희망과 꿈이 서려있는 것이다.
그게 강릉제일고인일게다.
그러나 모교는 날로 달로 새롭게 발전하여 가고 있다.

우수한 자원의 발굴과 유치,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면한분위기와 쾌적한 교육환경의 조성, 학력제고를 극대화를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편성, 선진적인 기숙사 운영을 위한 다양한 방법 강구, 동문들의 지속적인 후원, 교사들의 열정 등으로 변해가고 있다.

며칠 전 모교에 방문하였을 때 방학 중인데도 오후 5시에도 보충수업을 하고 있었다.
어떤 선생님은 모교를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학교 도면을 갖다 놓고 이리 저리 골몰하고 있었다.
시청에 지원을 받으려고 환경개선 사업 계획서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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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를 기울리면 보인다.”


아직 동문들은 모교의 발전에 체감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보면 분명이 믿음이 가고 당당함을 느낄 수 있다.
중학교 때 같은 실력의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서울대에 가는 학교는 모교뿐이 없다.

내신과 입시관리를 잘 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잘 가르쳤기 때문이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으며, 결과는 노력의 댓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주 잘하는 아이가 모교에 간다면 그 결과는 원하는 데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동문게시판 209 신년벽두에 화두를 던지며 하슬라님의 닉네임으로 댓글을 다셨는데
그 내용은 “아마도 태생적 한계로 사립학교 따라가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사립학교는 젊은 선생님을 모셔오는데 공립학교는 연세 지긋한 선생님 순환근무?로 오십니다. 요즘한창 말하는 공공조직과 민간 기업에 비유해보십시요, 사명감 없다면 슬슬해도 되는데 누가 사립학교처럼 절박한 심정으로 애들을 가르치겠습니까.”라고 올렸다.

그것을 부인하고자 함이 아니다.
세상을 보다 긍정적으로 보면 세상이 모두 아름답게 보이고 믿음이 간다.
검은 안경을 끼고 보면 세상이 검게 보인다.

요즘의 선생님들은 참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어느 학교를 가나 100%의 선생님들에게 만족을 얻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학교가 과거와는 달리 경쟁의 시대에 돌입해 있으며 교사들이 과거처럼 안일과 태만 그리고 노력하지 않고서는 결코 존경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모교는 선생님들이 쾌적한 교육 환경가꾸기와 교육력 제고에 방학을 반납하고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명문고 도약 원년의 해의 깃발이 우렁차게 푸른 하늘에 휘날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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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자들과 함께 나눈 모교사랑의 마음들을 가슴에 담고 남대천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 대관령 쪽으로 향했다.
달빛은 강물에 어려 반짝이는 조약돌이 내 뺨을 훔치고, 이따금 불어오는 훈풍이 내 옷깃을 여민다. 입춘의 맛이 나오는 늦은 저녁 깊어가는 겨울 밤이다.
대관령의 품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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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

이충웅님의 댓글

  모교사랑, 제자사랑, 후배사랑의 귀감이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동문 각자가 마음에 새기면 좋겠습니다.

제자님의 댓글

  짧은 시간의 여운이 장족의 발전을 위한 모태라 생각 됩니다 .. 선생님 의 , 큰 뜻의 물줄기 가
 흘러 큰 바다가  포용 하듯 ,  선생님의 기개와기상 을 믿습니다~~~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