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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시산제에서 얻고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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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시산제에서 얻고 잃은 것”


총동창회 산악회
해양성 기후인 강릉의 날씨는 아직도 대관령바람이 세차게 불어오지만 눈 속에서 새로운 생명의 싹이 트고 있다.

밤에 눈물이 겹겹이 쌓여 고드름을 만들면 낮에는 눈 녹듯 녹아내리는 강릉날씨를 멀리하고 대관령 제왕산은 칼바람에 손이 시려 사진 셔터를 누르는데 힘이 든다.
일요일의 대관령은 사람으로 북적된다.

강릉 단오장만큼은 아니 되지만 전국에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 눈을 좋아 하는 사람들이 휴게소를 메우고 도로를 메우고 산길을 점령하며 걷는다.
대관령을 역시 명산인가 보다

강릉제일고 동창회 산악회는 경인년 시산제를 지내기 위해 대관령에 도착하였다.
제물인 시루떡과 포, 과일, 전, 그리고 제주와 제석, 제사상을 준비하여 제왕산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모두들 힘든 길이지만 땀을 흘리면서 그 길을 간다.
젊은 후배들의 노고로 제사상은 차려지고 엄숙하고 경건하게 거행되었다.

시산제
일 년 중 산행을 하면서 사고 없이 건강을 증진하고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기 위해 지내는 산신제이다.
물론 자기 나름대로의 소원도 빌어보는 시산제로 모두들 차분한 마음으로 시산제에 임했다.
조명복(29기)회장님을 비롯하여 김기빈 총무, 어재린 산악대장을 비롯하여 산악회 임원 및 회원들이 참가하여 산악회의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기수별로 돼지머리 앞에서 절을 하고, 소지에 불을 붙여 하늘높이 날리며 소원을 축원하였다.
우리 전통주인 막걸리와 우리 고장의 술 처음처럼으로 음복하고 갖고 온 안주는 천하의 일품이었다.
모두들 한해의 무사고와 건강이 더욱 증진되고 우의가 돈독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덕담을 하였다.

마지막 기수인 54기 동문에게 많은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모두 끝나고 하산 길이었다.
나는 시루를 들고 내려오는데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산에도 떡을 배달해주네” 하기도 하였다.
또 어떤 사람들은 고사를 지냈는데 떡도 먹고 싶었다고 하면서 지나가기도 하였다.
그러나 하산하면서 끊임없이 줄을 지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는 비껴 서서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길을 양보하였다.
끝이 없이 오르는 사람들
내가 꽤 많은 시간을 양보하여 눈 옆에 서있는데 어느 한 사람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덕담한마디 하지 않고 지나간다.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 한마디가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적어도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인정이 많고 너그럽고 산처럼 겸손하고, 모든 것을 감싸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던 내 생각은 빗나갔다.
산에 왜서 오르는가에 대하여 한번 의문을 가져본다.
산은 말없이 언제나 병든 자. 가난한자. 실패한자. 돈이 많은 자를 가리지 않고 받아준다.
죄를 지은자로 안아주고 보듬어 주어 순화시켜준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너그러움, 매사에 감사할 줄 알아야 된다.
그런 것을 배우러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땀이나 흘리고 하산하여 술이나 먹고 스트레스풀러가는 곳이 아니라 진정으로 산을 사랑한다면 산에 가서 산을 보고 배워야 한다.

나는 많이 기다렸다. 오기가 나서 사람들이 오는 곳을 향해 당당히 걸어갔다.
누가 비키든 길은 공용이요 일방통행이 아니기 때문에 오는 사람들을 헤치고 내려왔다.
물론 길을 비켜주는 사람에게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하면서 내려왔다.
손에는 시루가 들려있었고 시루 안에는 노란 베 보자기가 잠을 자고 있었다.

산에 가서 겸손함을 더 배워와야겠다.
산에 가서 인생수업을 더 공부해야겠다.

하산하여 휴게소에 도착하니 휴게소는 강릉단오장만큼이나 사람들이 북적되었다.
사람들의 열기로 대관령의 눈이 녹아 남대천을 적시고 있었다.

강릉에도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는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살기 좋은 고향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시산제를 준비하여 주신 산악회장님을 비롯하여 임원, 회원여러분 참으로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노력하시는 만큼 더욱 발전되는 산악회가 되기를 소원해봅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2월 21일

동홈회장 심재칠 3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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