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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이 아침에 뜨겁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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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 아침에 부는 바람을 맞으며”


보리가 수염을 하늘로 향해 꼿꼿이 치켜 세우고 있다.
뜨거운 오뉴월 땡볕에 대한 반감일 것이다.
뜨거운 바람이 보리이삭을 말리기 시작한다.
보리의 외로운 싸움이다.그러나 보리는 자기 몸을 말리면서 수많은 씨알을 영글게 하여 자손을 퍼트린다. 자기 몸을 버리지 않으면 결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새로움은 자기를 버리고 낮추어야 얻을 수 있다.

보리개떡은 어릴 적에 허기를 달래던 시절도 있었다.

보리방아로 보리를 찧고 나온 분말부스러기로 소금 넣고 반죽을 하여 쪄서 먹었는데 그 속에는 보리 수염이 덜 상쇄되어 입안 천장을 찌르기도 하였다.

그래도 배고프던 시절에는 보리개떡을 먹을 때에는 감지덕지로 고마워했다.

우리는 민족의 비극, 동족상잔의 6,25동란의 전후세대로 헐벗고 굶주림 속에 자라났다.
형제들은 많고, 먹을 것은 없고, 입을 것도 없이 자라났다.
그러나 늘 밥상에는 맛있는 반찬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형제들이 많고 배가 고파도, 밥상에 있는 밥찬에 대해 서로 자기의 몫을 알고 자기 몫만큼 먹기 때문이다. 어릴 때 부터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참고 인내하면서 자라났다.
형제가 많음으로 해서 서로 양보하고 위계질서를 자연스럽 배우고,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면서 자라난 세대들이다.

지금 세대들은 개성이 강하고 이기주의적이며 자기만을 아는 세대로 우리 나라 미래의 더불어 살아가는 두레정신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전후세대들은 형제들이 많아 먹고, 입고, 쓸것을 못하다 보니 자식들을 적게 나아 고생을 시키지 않고 키운 결과에 따른 필연적인 부메랑이다.
자업자득으로 우리는 이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고 이해하려고 애를 써야 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때에의 놀이라곤, 전쟁의 상흔인 총싸움과 고무줄 놀이 땅에 선을 그어놓고 노는 놀이가 많았다.
모두가 영역싸움이었다.

총싸움도 서로 죽이고 살리면서 죽은 자의 땅을 정복하면서 나무지 그 영역을 뺏는 것이 목적이다.

땅에 금을 넣고 땅따먹기도 그러하고 오자미 놀이도 그러하다

놀이는 반드시 남을 죽이거나 몰아내고 그 영역을 최후에 차지하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그러한 규칙을 서로 인정하였으며 서로 경쟁해서 그 규칙 하에서 죽거나 땅을 뺏겨도 결코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론을 하지 않았다.

때로는 끝까지 트집을 잡는 친구도 있었지만 모두가 인정을 하는 것이었다.
그 규칙은 책이나 성문화된 것도 아니고 그저 선배나 윗사람으로부터 구전되어 내려왔거나 함께 하면서 배우고 터득하면서 익혀져 내려왔다.

그 규칙이 오히려 6법 전서에 나온 법규 보다고 구속력이 더 강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세대들은 상식적인 세계에서 옳고 그른 것을 배웠고, 그러한 상식선상에서 세상을
배우고 익혀나갔다.

비겁하게 뒤에서 밀거나, 훼방을 놓는 친구들과는 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경멸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하루 종일 서로 땅따먹기 놀이를 하고 전쟁놀이를 하다가도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언제 그랬느냐듯이 손을 털고 아무 미련 없이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때로는 구슬치기에서 빼앗은 전리품을 정리하면서 다음날 전열을 정비하기위해 구슬 속에 무늬가 있는 것은 나중에 써먹고 무늬가 없고, 조금 상태가 좋지 않는 것은 먼저 써먹으면서 좋은 것은 아끼기도 하였다.

딱지 따먹기 놀이에서 대장, 별이 5개 원수는 맨 나중에 써먹고 그전에는 먼저 졸개들과 별 볼일 없는 계급의 딱지는 먼저 전선으로 내보낸다.
이미 어릴적 부터 가벼움과 무거움,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함을 배우는 순간이다.
놀이에서 전리품을 밤새도록 정리하면 즐거워하던 어릴적 모습니다.

그러한 것은 장기에서도 똑 같은 논리로 적용이 된다.
장기판에서 우선 졸개들이 먼저 전선에 나가고 몸으로 왕을 막는다, 어쩌다 졸병이 상대방 큰 말을 먹을 때에는 기분이 좋고 마치 졸개가 장하게 보이기도 한다.

낮은 장기가 계급이 높은 장기를 막이 잡아먹을 때에는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때로는 상대 장기를 보면서 몇 수 앞을 내다보며 길목에 지키기 있다고 잡아먹는다.

그러나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상대방 장기를 잡아먹으려다 실패하였을 때에는 수세에 몰리기도 한다.
이는 국력을 너무 낭비하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순수하게 놀이를 하면서 이기고 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워나간다.

또한 이 놀이에서는 남을 속이거나 간계에 빠트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규칙이 적용되지만 점차 성장하면서 남을 잘 속이고 간계를 부리는 사람이 승리를 하게 된다.

그러한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터득해나가는 것이 사회의 구조이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도 어릴 적에는 숨김없이 말하지만 클수록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 변론을 한다.

세상이 밝아지려면, 남을 속이거나 비겁하게 뒤에서 모함하거나 폄하하지 않고 진실그대로 살아간다면 저 많은 판검사도 필요가 없고, 교도소와 법원도 필요 없을 것이다.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이 판검사가 되는 것 보다 그러한 학생들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분야에 종사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더욱 더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며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것이다.

어른들은 옳지 못한 금품을 받고도 안 받았다고 하고, 나중에 증거를 대야 인정하는 것을 누누이 보아왔다.
그렇게 말하면서 가슴은 떨리지 않는지,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참 궁금하다.
아마 심장이 정상인 보다 몇 개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의 인생은 기껏해야 백년도 못산다.
남을 헐뜯고 남을 폄하하는 것 보다,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좋은 말로 얼마든지 할 수 충고를 할 수 도 있다.

또한 충고를 받는 사람들은 그것을 객관적이 합리적인 판단하고 인정하고 수용할 때 비로소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과거의 아집이나 고집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우리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그리고 자식 대에 까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그러한 것을 받아드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어릴 적에 순수하게 놀이를 하면서 배우고 익히던 그때처럼 세상은 맑고 밝았으면 좋겠다.

일정한 규칙을 정해놓고 서로 남을 땅을 따먹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전쟁놀이에서 총을 쏴서 죽여도 결코 반론을 하지 않는 상식의 세계에서 살아간다면 이는 곧 사람 사는 세상이라 생각한다.
그건 규칙에 대한 서로 소통에서 인정하고 지켰기 때문이다.

남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남을 위해서 보다 품어주는 사람, 이해타산이 아닌 진정성이 있는
충고와 솔직하게 시인하고 받아드리고 개정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린아이들의 해맑은 모습, 6월은 싱그럽고 희망과 계절이다.
만물이 힘차게 약동하며 살아있는 모든 생물에게 동력을 만들어 주는 계절,
보리가 익어가는 6월을 맞이하여 문득 떠올려 써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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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삼십오님의 댓글

  고향의 향수와 동심의 세계에 푹빠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