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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검정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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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무신.”


섬뜰에 놓인 식구들의 고무신
찢어진 고무신, 새고무신
다 닳아 구멍이 난 고무신

그때 그 시절 고마운 검정고무신
읍내 장날, 사다준 헐렁한 검정고무신
한여름, 한겨울 맨발로
낙하산양말에 신기도 하면서
때론 미끄러워 보드라운 흙을 넣어
신고 다녔지

실개천을 건너 산에 소 풀 먹이러
갈 때에의 검정고무신
가을걷이가 끝난 황량한 벌판에
짚으로 질끈 동여매고 공을 차고
이따금 벗겨져 벼 끌거리에 발바닥
찔러도 신나게 뛰어다녔고
실개천에서 용곡지 잡을 땐 어항
흙 놀이 할 때는 장난감 트럭
흙탕물에도 망설이지 않았지요

논물 보러 조석으로 논둑을 드나드시던

아비
땅에 기듯 무릎 닳도록 콩밭 매던 어멍이
뽕나무에 뽕을 따던 누이 발에도 검정고무신
엿장수가 가장 좋아하던 고물
엿 생각이 나 새 고무신 몰래 엿 바꿔 먹다

죽도록 두들겨 맞고도 잊을 수 없는 단맛
한여름 폭우에 불어난 개울물을 친구들과 어깨동무 하며
건널 때

허리춤에 찼던 책보를 어깨에 가로 메고
귀하신 고무신 머리에 이고 건너다
거센 물살에 휩쓸려 보내야 했던
기차표 검정고무신

두터운 나이테만큼 살아온 소년
가난함과 고단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10리길 걸어 다니던 길은 온데 간데없네.

머나먼 인생의 여로에 서서 돌아보면
찰나 순간이요
내다보면 미완성인 것을

소년의 꿈을 먹던 검정고무신속에
남아있는 어릴 적 따뜻한 어멍이의
손길이 박물관 귀퉁이에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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