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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심기섭 前강릉시장 4.7일자 강원도민일보 기고글

본문

나들이 하기 좋은 4월입니다.
전 강릉시장으로 재임하셨던 심기섭(21기)시장님께서 4.7일자
강원도민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강릉의 4월에서 제일먼저 생각나는것은 경포대 벚꽃핀 풍경인것
같습니다. 
경포대에서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어느 봄날의 추억 
 
 2009년 04월 07일 (화)  심기섭 
 
 
   
▲ 심기섭

전 강릉시장
겨울 내내 쳐져 있던 2층 커튼을 활짝 열어놓고 밖을 내다 보니 매화꽃이 만개되어 있다. 벌써 봄인가 설레는 마음으로 달력을 보니 춘분(春分)이 지났다. 옛날에 살림이 어려운 종갓집 맏며느리가 가는 봄 아쉬워서 봄날의 끝자락을 붙잡고 말없이 울었단다. 춘궁기(春窮期)가 두려워서 가는 봄이 야속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울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봄에 대한 예찬론을 쏟아놓는다. 봄은 어디서 오는가. 김기택 시인은 4월에 춘풍속에 봄이 있는 것이 아니라 3월의 꽃샘추위에 매화꽃 떨어지면 살며시 봄이 왔다고 또 시인은 양지 바른 곳 고양이 기지개 속에서도 봄이 들어 있다고 말했듯시 봄은 소리 없이 우리 곁에 다가 선다. 3월의 매서운 추위속에 이미 매화, 목련, 동백, 진달래는 봄을 알리지만 그러나 봄은 매화가 지고 벚꽃이 피면 벌써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그때는 늦은 봄이 된다.

내가 시청에 근무할 때 처음으로 강릉시민들에게 시정에 대한 제안을 받도록 하였는데 많은 시민들이 경포벚꽃축제를 통하여 시민들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관광객유치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있다. 나는 시민단체와 공무원으로 6개 홍보팀을 구성하여 서울 명동, 부산, 대구, 울산 등 홍보에 나섰다. 그런데 문제는 벚꽃 만개시기를 맞추기가 애매해 기상청에 의뢰하여 10년간 기후변화의 추이를 평균기온에 날짜를 맞추면 큰 문제가 없다는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 4월 13일로 축제일을 잡았다. 그러나 벚꽃축제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기후가 심상치 않다. 벚꽃놀이 하루 전날인 4월 12일 오후부터 전국에서 전화가 폭주했다. ‘벚꽃축제를 제 날짜에 하느냐’ ‘차편은 어떻게 되느냐’ ‘숙박업소는 충분하느냐’ 등 그도 그럴 것이 대대적인 홍보를 했으니 말이다.

꽃을 피우지 못할망정 비라도 그쳐다오. 뜬눈으로 밤을 새고 출근했다. 시민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답답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서성거리고 있는데 그 많은 전화중에서 한분의 민원전화가 내 평생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외부사람이 잘 모르는 직통전화에서 벨소리가 계속 울린다. 착잡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밑도 끝도 없이 투박한 강릉사투리로 “니가 기섭이 시장이야”,

“네 그렇습니다만”, “민선시장 이라는기 앞일도 모르나”. “네 무슨 말씀 인지요” 하고 반문했다. 그러자 민원인은 “공무원 총동원 해서 벚꽃나무 밑에다가 장작불을 피워서라도 꽃을 오늘밤까지 꼭 피워야 돼. 그렇지 않으믄 시장이고 뭐고 없샤, 알아들어”. 그 소리에 나는 갑자기 멍 해졌다. 전화기를 한 참 들고 있다가 죄송하지만 “민원인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 민원인 대답이 참으로 신비롭다. “나는 그냥 사람이 전화 한다 왜”. 하도 기가막혀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랬더니 민원인이 화난 목소리로 내말에 답변은 하지 않고 “왜 웃나”. 그런 상황에서 무엇이라고 답변 하겠는가 . 한참 생각 끝에 나도 퉁명스러운 어조로 “나도 그냥 사람이요, 내가 신선이요, 변덕을 부리는 날씨 앞에서 어떻게 벚꽃 피는 시기를 맞출 수가 있겠소, 죄송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답변했더니 민원인도 어이가 없는지 허허 웃더니 “벚꽃축제 두 번했다가는 경포대 다 팔아 먹겠군”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로 혼쭐이난 나와 공무원들은 경포동번영회 주관으로 축제를 하게 하였다. 그 이후 그 민원인을 한번 만나 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 그분이 주신 교훈은 모든일에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올해도 4월에는 경포대 벚꽃이 활짝 피겠지. 벚꽃이 떨어지기전 그때 그 민원인을 만날 수만 있다면 나는 더욱 행복한 추억에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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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5

동창회님의 댓글

  추억이라는것은 아마 지나고 나면 다 여운이라는 것이 추억을 낳게 하며 그 속에서 사람들은 그사람을 그리워하며 회상하는대서 평가를 낳게하는데 참으로 아름다운 추억의 글 잘 즐감하고 가옵니다

경포대님의 댓글

  최규선동문!
참으로 아름답고 좋은 소식 이렇게 전하여 주니 감사합니다
회상을 할수 있는 그 시간속에서 주마등같이 지나가는 추억들 당시는 힘이 더러 속 상하는일 이 한두번 아니지만 지금 회상하면 내고장 내고향 내가자란 곳에서 강릉을 한번도 떠나본적 없는 심기섭 전 3선시장 동문의 지난 노고에 숙연이 고개숙여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 요지음 건항은 어떠하신지 건강하시며 잘계시는지 참으로 보고싶어진다.

내고향바다님의 댓글

  세월은 하루 이틀을 무섭다 하며 즐거운 일 힘더러 애 를 써도 당시는 자리가 나지 않이 하더니 지나고 나면 다 아름다운 추억 그속에서 회상의 미소를 머금는것이아닌지요 이러한 과거가 오늘에 발전을 가지고 오게되였다고 봅니다 그간 3선 시장을 지내심에 경의를 표하며 또 혹 내고향을 위하여 책무가 쥐여지며는 고향에정을 더더욱 승화시켜주십시요.  화ㅡ이팅 심기섭동문

38기동문님의 댓글

  자랑스러운 제일고의 3선 강릉시장을 지낸 심기섭동문님 누구보다 존경하며 자랑 할만한 인품을 가지신 선배님으로 저히들의 앞날에 힘찬 견인차 역활을 하여 주십시요 .

오늘도 우리 후배들은 심기섭  선배님의  소탈하고 거짓없는 마음의 향수를 맞으며 내고장 내모교를 위하여 앞으로 힘차게 선배님의 모습을 배우겠습니다 심기섭 동문 화이팅..

32기아우님의 댓글

  추억은 항상 지나고나면 그리운것이이니겠습니까? 그러나 참으로 강릉시 발전을 위하여 앴신 선배님께 다시 숙연이 머리숙여 감사드림니다 . 다시 한번 제일고의 명성을 선배님이  전국 아니 세계에 위대한 강릉 제일고의 위상을 높여주실것을 확신하며 선배님의 권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