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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동경을 다녀와서 / 1971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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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동경을 다녀와서”


위에 사진은 일본 천황궁성앞에 1971년 촬영한 것입니다.
아울러 아래 글은 강릉제일고 문예지 대관령지에 실렸던 내용 전문을 가감없이 당시의 언어와 글을 수정보완없이 올려놓습니다.
특별한 의미는 아니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이기에 잠시 시간을 내어 올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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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을 다녀와서 3학년 4반 심재칠

“첫째 학생답게”
“둘째 선수답게”
“세째 한국사람답게”

이상은 동경으로 떠나기전 우리선수단의 단훈이다.

첫째 우리는 재학생이라는 신분을 알고 학교 생활의 연장인 공부와 신체의 수련과 도의적 생활의 실천을 게을리 하지 말것이며, 방종이나 탈선된 행위는 용서 받을수 없으며,

둘째는 전국에서 선발된 영광과 경기면에서 정정당당하게 최후의 일각까지 선전분투는 물론 정신면이나 생활태도면에서도 대표자다운 긍지를 잃지 말 것이며,

셋째 스포츠를 통한 국제친선과 외교활동과 국위선양의 중대한 사명이 우리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직결 된다는 것과 행동면이나 생활면의 실천을 통하여 동방예의지국의 위신을 과시해야 된다는 훈시를 받았다.

규율있고 질서있는 생활과 훈련을 쌓은 뒤 드디어 장도에 올라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다. 1971년 8월 20일 오전 8시 30분발 대한항공기 편으로 가게 되었다.

김포공항에서 뜨거운 환송과 격려를 한아름 안고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여 보니 재일교포 여러분과 일본체육협회 사람과 한국학원 학생들의 환영에 다시 한번 무거운 책임을 느꼈다.

하네다 공항에서 근대화된 동경시가지를 바라보면서 1968년도 동경 올림픽의 우리 선수촌이던 요요기 선수촌 12동 4층에 안내 받았다.

과거 36년의 독소가 있던곳 제2차 대전때 폐허한 벌판이었던 이곳은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의 동경으로 된 것은 무언가 느낌이 컸다.

오늘은 동경 첫날, 안개 자욱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국립공원에 런닝 나갔다. 가족 아니면, 단체, 각 개인들이 줄지어 체조와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체력은 곧 국력이다”라는 말을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는 “국력은 곧 체력이다”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간단한 체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을 위해서 그리고 며칠동안의 피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즉 내일의 경기에 임하기 위해서이다.
8월 22일 개회식에 슬기와 절도로써 입장하고 연이어 한국 145명과 일본 425명이 경기에 임하게 되었다. 우리는 오후 경기에 들어갔다.

목메어 소리치는 교포들의 박수소리는 요요기 벌판을 흔들었고 우리들의 경기태세는 더 한층 손아귀에 힘이갔다.
한국말과 일본말이 섞인 한국 학생들의 환성이 튀어 나오면, 하나씩 둘씩 불어나는 기운, 여기서 피의 진함을 느꼈고 현기증 같은 어지러움이 아직도 야릇하다.

전승이 7팀 그러나 우리 육상 경기는 부진함이 송두리째 드러났다. 분발하지 않으면 영영 뒤쫓기 조차 어려운 일본의 발전에 우리는 반성하고 분발 해야 한다는 단장님의 훈시를 받으며 피곤한 잠자리에 들었다.
8월 23일 맵고 짠 우리 음식보다 달고 싱거운 음식물이기 때문에 구미에 맞을리 없다. 재일교포부인회에서 보내준 김치와 고추장에 힘을 돋구웠다.

중식을 마치고 감독 선생님과 쇼핑을 나갔다. 한개의 부에 3사람씩 조를 짜서 많은 인파속에 구경을 갔다. 한국학원 학생의 안내를 받아 지하철을 타고 40분간 달렸다.

이곳이 동경에서 가장 번화한 긴좌 거리라고 했다. 하늘색 가방이 마음에 들어 우선 그것을 샀다. 다음 각조를 나누어 어느 지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제각기 흩어졌다.
모두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가방이 터지도록 샀지만 다음 갈곳을 주저 하고 있었다.

들어갈 시간이 7시인데 6시였다. 지금 들어가면 알맞을 텐데 하고 망설이다 전기용품만을 팔고있는 거리로 들어섰다.
8월 중순 가장 더운 때이다.
연기와 먼지 때문에 끝이 안보이는 여기가 동양의 수도라고 하는 동경이다.

상점엔 전기용품 등을 비롯하여 천연색 텔레비, 주판을 능가하는 전자계산기도 있었지만 우리는 먼저 돈을 써버렸기 때문에 좋은 것을 보고도 못샀다.

이곳 점원들의 상냥한 인사 등이 손님의 이목을 끌었다. 물건은 정찰제로 그 가격외에 더 줄 수도 덜 줄 수도 었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에겐 물건을 사는데 훨씬 수월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영어를 사용했다. 단어만 가지고 사용했지만 그래도 통하지 않아 한자를 사용했다.

절실히 느낀점은 평소에 영어를 충실히 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아시워 했다. 우리는 급한 시간 때문에 직선 지하철을 타고 숙소에 와보니 벌써 양국 교환의 밤이 시작되었다.

노래와 춤, 음악이 양국간에 오가는 동안 서로 가까워 졌고 맞붙잡고 리듬을 타는 동안 어울리어 젊음을 자랑하며 소박하고 천진스럽게 그밤을 지새웠다.
스포츠로 형성된 신의와 진실, 천진과 솔직, 용기와 유머는 정녕 미래의 희망과 평화의 씨앗이 돼야 할 것이다.

한시간 늦은 탓으로 내일 2차전의 경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식을 못했다. 오락은 양국 학생을 흩어 놓고 서로 가위 바위 보를 시켜 진사람은 뒤에 붙는다. 그렇게 되풀이 하면 나중에 한줄이 된다. 그 맨앞의 학생은 푸짐한 선물과 박수가 있었다.
끝난 다음 숙소에 돌아오니 배가 고팠다. 갖고온 물건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내일을 생각하며 잠을 재촉 하였다.

24일 2차전 경기 임에도 불구하고 극히 피곤한 탓으로, 아니 이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하다가 익숙치 못한 합숙, 규칙적인 생활에 눈병이 났다. 택시를 타고 국립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피로가 겹쳐서 된 눈병이라고 하며 경기에 임하지 말라는 부탁과 주의를 받고 육상 경기장을 향해 차를 달렸다.

오후 1시 게임이 있었다. 최후의 일각 까지 선전 분투해야 한다는 단훈과 이 경기를 위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맹연습을 했는데 눈병 하나 때문에 경기에 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은 점점 심해져 눈동자 전체가 빨갛고 앞이 안개 낀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눈을 감고 경기에 임했다. 마지막 피치에서 일본선수는 2m90cm가 앞선 57cm를 던졌다. 그들의 신장이 나보다 훨씬 더 컸다. 그러나 다른 부분은 나보다 뒤진 것이 더 많았다.

그 외 기록은 역시 기술이 앞섰었다. 우리는 내일을 위해서 발돋움을 해야 되겠다는 메아리가 귓전에 역력 하였다.
그렇다. 우리는 아직도 체력이 약하다. 기초 기술의 재검과 정상적 과정에서 끈기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근거 없는 아집이 과학을 밀어내어 패인이 되기도 했다.

연구와 창의 없는 지도자가 방향을 잃고 있음을 자인해야 한다. 우리의 시설이 구태의연 하여 신 장비의 사용조차 모르는 선수나 선생님이 얼마나 넌센스이냐..... 아픈몸을 이끌며 혼자 중얼거리며 숙소에 돌아왔다. 26일 몸이 몹시 피곤한 탓으로 우리나라에 급히 가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로써 모든 것을 결산하고 귀국의 길에 오른다. 버스에 몸을 싣고 시외로 접어 들면서 6일간 보기 힘들었던 맑은 햇살을 받으며 푸른색의 나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 못본 경기장의 시설, 간단하면서도 수련에 좋은 기구, 학교 체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양서 등 이러한 점을 비교할 때 이것이 우리가 뒤진 기록의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 했다.

우리는 그들의 세부적인 생활을 보지 못했지만 그들의 겉모습은 무언가 야욕에 불타 있었다.
그들의 정직한 태도를 우리는 몇 번이고 느낄 수 있었다. 전기용품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2백앤을 더주고 왔었다.

우리가 용품점을 나와 2~3백 미터 지점에 이르렀을때, 점원이 뛰어와 200앤을 주고갔다. 일본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행기 위에서 밑을 바라볼때 울창한 산림과 잘 정리된 농경지, 바둑판 같은 도로등이 보였다.

앞선 물질 문명의 나라에 있는 순간에 내 조국이 그리웠고 친구가 보고 싶고 내 고장이 더 좋게 생각 되었다. 보슬비 내리는 공항에서도 반겨주는 재일교포들의 뜨거운 정을 느꼈다.

아마도 같은 혈맥의 민족이기 때문일 것아다. 일개의 운동 선수에 지나지 않는 나도 지금 무언가 배우고 있다.

무엇을 한다는 신념에 철저히 무장 한다면 우리의 세대와 후배들이 기어코 승리 할 것이다. “힘만 준비하면 기회는 온다” 우리는 학업에 충실히 하여 목표를 향해 뛴다면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힘을 배양, 이것을 위해 노력 할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어떠한 난관도 싸워 나가며!

권영준 전 31기 서울동창회장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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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홍창용님의 댓글

  단훈이 맘에 드네요.
선수답게, 학생답게,  자신의 본분을 잘 아는게 기본이지요
우리선수들도 자신의 본분을 제대로 알고 행동하는 선수들로 성장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