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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땅 따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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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땅따먹기 ”



심 재 칠
고옥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네모를 그린다.
말지는 물동이 깨진 질그릇으로
돌에 갈아 만들었다.

깨진 것은 무엇이나 뾰죽하여 흉기가 되지만 어릴 적에는
깨진 것을 다듬어 이기로 사용할 줄 아는 지혜가 있었다

긴 중지를 접었다 펴는 힘으로 말지를 밀어낸다
세 번 만에 한 뼘 되는 집으로 넣어야 된다
넣지 못하면 상대방에 권한이 넘어간다

내 땅을 넓히기 위해서는 강약을 조절해야 된다.
처음에는 멀리 튕겨 보내고 그다음은 집을 향하 적당하게
삼각관계를 유지한다.

세 번째는 집에 넣기 위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약해도 안 되고 길어도 안 된다
강약을 잘 조절해야 한다
점차 터는 점점 넓어진다.
그리고 서로 차지해야 할 공터는 작아진다
이때부터 문제가 생긴다
더욱더 치밀하고, 섬세하고 강약의 조율을 잘해야 된다
서로가 신경전이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금을 건들 수 있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른 때 같으면 논쟁거리가 아닌 것이 불씨가 된다
그러기를 여러 번
해는 서녘하늘을 넘어가고 땅따먹기는 끝나지 않았다.

선이 보이지 않는다
야 친구들아 이젠 집으로 돌아가자
그러곤 그렇게 땅따먹기로 차지하였던 땅들을
다 닳은 고무신 밑창으로 지운다
아무 일도 없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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