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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처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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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같이


심 재 칠



마당끝 텃밭에
참외와 수박 두어 포기를 심었다.
고비사막에 달갑지 않는 손님 >
하늘을 덮을 즈음
두렁치고 두엄을 넣어 옥같이 길렀다.

멀리 서울서 온 여식 얼굴에
참외가 노랗게 익어간다

청개구리 같은 수박은 머리만큼 자라도
좀처럼 속내를 보이지 않고
처음처럼 끝까지 표정 없이 누워있다
그 속이 궁금하여 배를 갈랐더니
흥부네 박타듯 하얀 비린내가 났다

땡볕이 잠시 주춤하고 천둥친다
장대비가 지나간 오후
그네들은 모두 같은 표정을 짓는다

나 태어나 젖 물고 눈 맞추고
젖무덤 스르르 녹아내릴 때까지
낯 빛 한번 고치지 않던 당신
한평생, 돌아서서 옷고름 속 눈물 접던 당신
그 처음 같은 모습의 속내가 비에 묻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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