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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최성각(31기)동문 / 2007년 1월 5일 강원도민일보 19면 기고문 내용

본문

[도민시론 ] 우리도 국가 자산이다
 
최성각 풀꽃평화연구소장·작가 
 
 지난 세밑 성탄절에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러시아 우주선에 탑승할 우주인 후보 선발 소식이 그것이었다. 경쟁률도 대단했다. 단 두 명을 뽑는데 3만6000명이 지원했으니 이들은 1만8000 대 1의 경쟁률을 통과한 셈이다. 그들은 외국어와 상식 논술작문 외에도 기본적인 체력, 그리고 우주비행에 적합한지 판정하는 중력 가속도 테스트 등 우주적성 평가, 추론능력, 위기관리 능력, 발표력, 과학실험 능력, 상황대처 능력, 1분 스피치, 심지어 TV를 통한 대중친화력 검사까지 치렀다. 뽑힌 이들은 가히 전인(全人)에 가까운 젊은이들이었다. 우주여행 신청자들 중에는 주로 백만장자들이지만 고령자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관광객들과 달리 이 패들은 거의 초인이나 슈퍼 맨이 아니면 안 되는 모양이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뽑히자 촌각을 다투어 그들의 몸값 계산이 나왔다. 억대 연봉에 정부는 전담 관리인을 배치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부는 "이들을 국가자산 관리 차원에서 특별대우를 해줄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그들이 곧 '국가자산'일뿐 아니라 그들의 경험 또한 우주개발을 위한 '국가자산으로 보전된다'는 것이다.
 말이 된다. 여기저기에서 자주 들어본 말이다. 한류를 탄 대중가수 한 명이 벌어들이는 돈이 자동차 수출에 버금간다고 할 때, 그 연예인이 자산으로 간주되는 것을 어디 한두 번 들었던가. 그런데도 어딘가 석연찮다. 특별한 경험을 사회자산으로 간주하는 것은 늘 그렇게 표현해 왔으니 납득이 되나, '사람'이 자산이라니.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이 산업사회적 표현은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런 의혹을 품는 내게 문제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잠시 생각해 봤더니, 내게 문제가 있는 게 맞았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인지라 사람이 자원이다", 그런 말을 우리는 어려서부터 늘 들어오지 않았던가. 오죽하면 옛날의 '교육부'를 지금은 '교육인적자원부'라 부르지 않던가. 당대의 표현이 곧 당대의 가치와 지향을 드러내는 법, '사람'을 '자원'이니 '자산'이라 부르면서 어쩌면 우리 시대 비인간화의 온갖 비극들이 비롯되지 않았을까?
 새로 탄생한 두 명의 '국가자산' 소식을 들으면서 내심 드는 생각은 굳이 그렇게 말한다면, '여기 이곳'에 사는 누군들 국가자산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얼마 전 받은 '전태일 통신'의 제목은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였다. 아직도 한 어린이의 양육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좀처럼 들리지 않는 희망의 소리처럼 들렸다. 비록 우주인으로 뽑힌, 거의 전인에 가까운 그 젊은이들처럼 계량화된 기능적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더라도 굳이 그 문제적 표현을 차용한다면, 당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 이 나라의 국가자산이 아닐 수 없다.
 법을 세우고, 나라 살림을 하는 사람들은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국가자산이라는 것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옛날 표현으로는 애민(愛民)이고 위민(爲民)이고, 목민(牧民)인데, 미안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양떼도 아니고, 염소떼는 더욱 아니라는 점이다.
 금년은 새 대통령을 뽑는 해, 한 해 내내 도를 넘어 요란할 것이다. 눈 부릅뜨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조작하는 세력들로부터 휘둘리지 말고 금년 한 해를 잘 살아내야 할 것이다.
 
 
기사입력일 : 2007-01-0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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