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접속자 40
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동문 에세이

산행후기-동해바다 우렁차게 해가 솟으면

2006.11.15 17:49 2,946 0 219 0

본문

동해바다 우렁차게 해가 솟으면.....

밴드를 앞세우고 교복 썩으새 바지(?)와 소라 색 상의를 걸친 우리들의 행진은 언제나 당당했다. 오늘따라 40여년전의 기억들이 선명하고 또렷하다. 그 옛날 학창시절 각종 행사가 끝난 후 이어지는 시가행진은 시민들은 물론 여학교 학생들의 호기심 가득한 구경거리였다.




열여섯 건아들과 함께 맨 뒤쪽에서 고지를 향해 한 발자국씩 내닫는 소생의 산행은 왠지 학창시절 보무도 당당하던 벗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팔청춘의 기개는 총자루에 깨지지 않는 철모까지 쓴 국군 용사의 모습일지언정 오늘의 우리 모습은 분명 아니었다. 벗들의 정열과 기개만은 아직도 조국의 산하를 지키기 위해 적군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진격하는 전장의 용사와 다름없다.




그러나 뒤쪽에서 바라본 모습은 세월의 무게를 실감케 한다. 全白 또는 半白髮은 물론이고 훤한 이마, 구부정한 허리, 불룩 튀어나온 뱃살, 이 모두가 삶의 무게 앞에 장사 없이 변한 모습들이다. 그러나 이 모습들은 이순신같이, 나폴레옹같이, 시이저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싸우고 지키고 이룩하고 쌍아 온 거룩한  승리의 표상이다. 밤낮으로 먹고 입고 사는 일이 위중함을 잊지 않은 거룩한 가장의 징표요 산물이다. 백발은 만고풍상을 헤치고 살아나 아름답게 늙어가는 삶의 지혜를 엿 볼 수 있게 하며 벗겨진 이마는 박식함을, 구부정한 허리는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는 진정한 회상의 모습이다. 그리고 불룩 튀어나온 뱃살은 풍요와 여유로움의 산물이니라. 부끄러울 것도 없고 수치스러울 것도 없고 후회 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이 모두는 우리 삶의 무게를 가늠하는 지렛대며 고통을 이겨난 영광스러운 인생 계급장이기 때문이다.




 옛 말에 이르기를 세월 앞에 장사 없다 하였거늘 세월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있다. 진시황제도 영원한 삶을 위해 불로초를 구하려 애썼다. 인간은 신과 조물주가 정한 수명의 한계에 굴복한다. 좀 더 살고 좀 덜 사는 것뿐이다. 모두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돌아 가야한다. 단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기죽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무수히 할 일을 앞에 두고 있다. 그것은 돈 버는 일도 아니고 명예를 쌓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가족 친지들, 잊을 수 없는 벗들에 보은의 여백을 채워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까운 내 사람들과 좀 더 새롭게 살고 싶다.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나르는 새들과 노래하고 싶다. 저 산하에 피어난 이름 모를 잡초와 어우러져 딩굴고 싶다. 정처 없이 흘러가는 저 구름처럼 조용히 그리고 비겁하지 않게 부드러운 삶을 더 살고 싶다.  아직도 숨 쉬고 과거의 추억을 되 뇌이면서 살아 있음에 감동하고 감사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현실에 꿈꾸듯 살아가고 싶다.




우리는 아직 건재하며 때로는 젊은 날의 짜릿한 순간을 회상하고 전율 할 여유도 있다. 긴 세월이 우리를 바꾸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있다. 우리는 체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꿈과 열정을 잃지 않고 있다. 우리들의 면면은 과거에 흡족해하며 아직도 치열한 삶을 사랑하고 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역전의 용사들이다.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며 혁혁한 업적을 남긴 소중한 인재들이다.


김문기, 김문기, 김무영, 김중의, 김평명, 그대들은 누구인가. 자랑스러운 우리 국군의 별이고 대기업의 별이었으며 또한 창업하여 최선을 다한 이 시대의 존경받는 어른들이다. 그리고 모범적인 가장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참 일꾼들이었다. 박형윤, 이건재, 이근수, 최광순, 최현길, 최계철, 형들은 또 누구인가. 언론인으로서, 대기업의 전문경영인으로서, 공직의 책임자로서 그리고 사업가로서 성공하며 후회 없는 인생을 꾸려온 인재들이다. 그리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역전의 용사들 아닌가. 최수남, 최하영, 최광순, 최홍섭, 최종술, 자네들의 열정과 큰 뜻이 바로 엊그제까지 하늘을 호령하였고 바다를 호령하였으며 산하를 호령하지 않았나. 그리고 한 사람의 전문 경영인으로서, 또한 고향발전을 갈망하는 정치인으로 적지 않은 업적을 남겼으니 이 모두가 그대들의 영광인 동시에 우리들의 영광이 아니고 그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모두는 당신들을 존경하며 자랑스러워한다.




그대들은 영동지역 최고 명문의 최고 인재들이다. 모교의 장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동기들을 따를 선배나 후배가 없음을 확신하다. 국회의원과 시의회 의장 그리고 민선 시장을 배출하였으며 대학의 부총장을 비롯한 유능한 학자들을 품었으며 군의 장성과 여러 명의 영관급 고급장교, 빨간 머플러 파일럿을 안았다. 공. 사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수많은 CEO급 경영자와 관리자들을 배출하였고 차관보급 공직자는 물론 여러 명의 정치 지망생들이 즐비하다. 모교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기업인도 우리들의 몫이다. 물론 선후배들을 폄하하고자 함은 절대로 아니다. 선후배들의 동기 중에도 부총리와 대법원장 그리고 국회의원이 탄생되었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들을 수없이 많이 배출했다. 그러나 우리처럼 모든 분야에서 여러 명의 다양한 인재들을 배출하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어떤 후배는 우리 동기들 중에 너무 많은 정치지망생이 있음을 빗대어 앞으로 30년은 기다려야 자기들의 차례가 될 것이라는 농담까지 한다고 들었다. 참으로 갸륵하고 놀랍다. 신의 축복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이름을 드러내기 보다는 뒤편에서 묵묵히 평범한 삶을 사랑하며 흐트러짐 없이 자기 몫을 다한 벗들의 업적도 잊어서는 않된다. 그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모교와 우리 동기회를 빛낸 숨은 공로자들이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업적은 계속된다. 동해바다는 여전히 우리 편이고 그 역사의 수레바퀴는 계속 굴러 갈 것이다. 구부정한 허리, 벗겨진 이마, 불룩 튀어나온 뱃살이 무슨 죄인가. 그것은 치열한 삶을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 온 자랑스러운 트레드마크 일 뿐이다. 산이 있어 오른다. 고지가 저기인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하였던가. 그렇다. 산이 있어 오르고 고지가 저기라서 올랐고 또 오르려한다.




벗들이여, 우리는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용감히 싸웠노라.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을 위하여 싸웠노라. 그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그러나 지나가는 미풍이 耳順의 初老를 맞은 우리들의 땀방울을 씻어주고 저 하늘의 창공이 위안해 주지 않는가. 저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은 알리라. 물러감은 비겁하다. 행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그러나 이제 물러가기 보다는 밤이슬처럼 잔잔한 밤바람처럼 아무도 모르게 행복한 여유를 갈망한다. 용맹 있게 함께 나가기보다는 화부산 벚꽃 피는 따뜻한 봄을 향해 조용함을 택하리라. 그리고 멈추지 않고 조용히 오르리라.




나는 “안개 낀 장충단공원”의 추억을 정말 사랑한다. “비 내리는 명동거리”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청춘을 돌려 달라”를 여전히 사랑하고 좋아한다. 구두 밑창이 찢어져도 좋다. 벗은 구두로 내려치는 순간은 참으로 행복하다. 그래서 소생은 산행 후 피로가 극에 달하지만 노래방 쫑파티만은 정말 좋아 한다. “이제 사나이 눈물”을 시도 할 때다.




 벗들이여, 다음 산행까지 안녕........




## 위에 적은 동기생들의 이름은 가나다순이었음을 밝혀둔다.




靑松  曺 永 模 씀




219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