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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제일고등학교총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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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라지킴이 고교연합에 열광하는가? / 염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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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교연합이 너무 좋다. 회원이어서 자랑스럽다. 왜?

첫째, 목표가 뚜렷하고 결속력 높아서 좋다.

나라지킴이 고교연합은 애국심과 애교심이 결합된 조직이다. 나라 지킨다는 목표가 좋고 고교 특유의 인적, 정서적, 조직적 유대로 뭉쳐 결속력이 높다. 그래서 모임에 참석하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열정이 생긴다.

 질서와 동지애가 있어 좋다. 학교 이름과 졸업 연도를 내 걸고 참여하니 허튼소리, 일탈 행위가 적다. 출신학교가 달라도 졸업 연도에 따라 곧 친구가 되고 선․후배가 되니 금방 친분이 생긴다. 안면 없던 타교 출신들 사이에 이렇게 빨리 깍듯한 선배 대접과 선배님 호칭이 나온다는 게 신기하다.

둘째, 역량 있는 조직, 행동하는 조직이어서 좋다.

시위든 정세분석이든 외국어 성명서 발표든 못 하는 게 없다. Many Talk, No Action이 아니어서 좋다. 결정이 신속하고 결정되면 군말 없이 행동하는 것도 좋다. 확장성 높은 조직이어서 좋다. 작년 말 150개 교에서 9월 초 280여 개 고교로 늘어났으니 전국 2,400여 고교로의 확장도 멀지 않을 것 같다. 창립 1년 반 만에 일어난 일들이어서 내가 가치 있는 조직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이 생긴다.

셋째, 옛날 내가 부러워하던 수재들을 많이 만나게 돼서 좋다.

(우리 학교도 꽤 지방 명문이지만), 뱃지만 봐도 주눅이 들던 경기, 서울, 경복, 경동 출신들과 동지, 선․후배, 친구가 되니 내가 갑자기 귀중한 사람 반열에 올라선 것 같다. 솔직히 경기 출신, 경기 깃발이 많아 더욱 좋다.

넷째, 사람들이 좋아서 좋다.

생색내려는 사람, 목에 힘주는 사람이 없어서 좋다. 시위 끝나면 항상 길바닥에 앉아 백여 개가 넘는 교기를 정리하는 경기63 박건필 후배님을 보면 저분이 뭘 하려고 저러나 신비스럽다.

터프가이로 보이는 마산68 김광찬 총장은 생각보다 훨씬 사근사근해서 좋다. 시위 전날이면 어김없이 교기 몇 개 나오느냐고 계속 전화를 해 대는 경동61 송두진 선생, 항상 제일 앞에서 행진대열을 이끄는 경복61 김성영 선생의 열정을 대하면 나도 저래야지 하고 가슴이 뛴다. 경기60 김일두 회장님도 좋다. 집회 때 본부석에 앉는 일 없고 항상 배낭을 메고 현장 이곳 저곳을 살핀다. 인사말, 연설, 건배사는 아주 짧다. 짜증 내는 일도, 화내는 일도 없다. 카톡 방도 열심히 방문하고 톡도 자주 쓴다, 솔선수범, 희생, 배려의 리더십의 典型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다리가 불편한 나를 계속 아스팔트로 이끄는 힘은 묵묵히 나라 걱정하는 수많은 회원들의 열정이다. 시위대열에서 항상 볼 수 있는 낯익은 얼굴들이 참 많다. 표 안 나게 큰 기부금 내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다. 일일 찻집을 열고 삭발에도 참여하는 헌신적인 여고 회원들도 많다. 그들이 쓰는 단체 모자는 참 예쁘다. 校旗 旗手 역할을 天職으로 생각하겠다는 고교동기 심대석 박사가 기다린다 생각하면 몸이 불편해도 집에 있을 수가 없다.

시위가 끝나면 각자 만 원 내어 소주 한 잔, 나주곰탕 한 그릇 하는 재미도 있다.

우리가 이 나이에 나라를 위해, 후손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 뿌듯하다. 우리 누이, 고모들은 수출을 위해, 동생과 오빠를 위해 생머리를 잘랐는데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나 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래서 나는 삭발 참여를 신청해 두었고, 앞으로도 계속 절뚝거리는 다리를 끌고 아스팔트로 나서려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소망이 있다. 젊은이들이 우리를 노망난 틀딱이라 생각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자기들보다 훨씬 많이 공부를 했고, 훨씬 많은 책을 읽었고, 훨씬 많은 지식과 세상 멀리 보는 눈을 가졌다는 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너무 분해서 그런다. 그리고 우리가 왜 서러운 눈물을 삼켜가면서 아스팔트로 나서는지 생각 한번 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젊다고 너무 오만 떨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두 답답하고 하두 나라 걱정이 돼서 하는 얘기다.

(글쓴이) 염돈재 : 강릉제일고 '61년졸업, 연세대 정외과, 서울대 행정학 박사, 대통령 정책비서관, 주독일 대사관 공사, 국정원 1차장,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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