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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실태조사의 허와 실( 정치수 강릉제일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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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학교폭력 실태조사의 허와 실 /  정치수 강릉제일고등학교장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0일, 전국 1만1,363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를 지켜본 학교 현장의 여론은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질문의 구성, 조사 과정, 결과 공개 등에서 여러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 학교 수와 학생 수, 설문지 회수율이 지나치게 낮거나 지역별, 학교별로 편차가 심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언론에서도 `부실 조사'라는 지적과 함께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조사에 적극 참여한 시·도와 학교만 피해를 본 셈이 되었다. 143개의 학교가 0%의 참여율을 보였고, 참여율이 5% 이하인 학교 수도 450개, 설문지 회수율이 10% 이하인 학교 수는 1,906개였다. 이처럼 참여율이 0%인 학교와 100%인 학교까지 참여율은 천차만별이었음에도 단순비교한 결과를 공개한 것은 지역사회와 학교현장에 미칠 파장과 부작용은 전혀 고려치 않은 일방통행식 행정이자 대표적 탁상 행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이번 조사의 신뢰도를 가장 크게 떨어뜨린 것 중의 하나는 “최근 1년간 학교폭력 피해경험이 있느냐?”란 물음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비율로 학교폭력을 진단하고 서열을 매겨 낙인을 찍어 버린 것이다.


이번 설문에서의 `학교폭력'은 어떤 수준과 어느 정도의 언행과 행태를 폭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학교급별 학생들의 특성과 발달 정도에 따라 폭력피해에 대한 인식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어떤 학생들은 사소한 언어폭력으로도 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인식하지만 또 다른 학생들은 전혀 폭력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폭력 피해 경험은 개개인의 학교급별 발달수준과 성격특성, 학교와 지역사회 문화, 그리고 학교별 학교폭력 교육 정도와 수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부실조사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교가 어떤 태도로 설문에 응했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설문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참여한 학교들이 폭력학교 상위에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 따라서 향후 실시될 학교폭력에 대한 전수조사는 앞에서 제시한 문제점들이 개선 보완된 후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도내 학교들은 강원교육의 지표인 `행복한 학교 함께하는 강원교육'이 담고 있는 나눔과 배려, 사랑과 존경, 소통과 참여를 통해 즐겁고 아름다운 동행을 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학교문화의 조성으로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일탈행동과 학교폭력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이러한 효과는 우리 학교에서도 가장 크게 나타난 변화이기도 하다. 이렇듯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마당에 교과부의 `학교폭력 전수조사 결과 공개'는 교육공동체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정책의 추진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신뢰성과 실효성을 담아 내지 못하면, 학교현장으로부터 불신과 냉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로도 기억될 듯싶다.


학교폭력 예방과 척결이 아무리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해도 학교 교육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여 철저한 준비와 검토를 거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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